트렌드와 유니크함, 리브랜딩 배경 및 목적에 종종 등장하는 단어이죠. 하지만 트렌드를 따르는 순간 유니크함은 희석될 수 밖에 없습니다.
유행에 민감한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트렌드를 반영한 “안전한” 브랜딩을 선호하는데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전혀 트렌디하지 않게 되어버린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왜냐구요? 트렌드라고 인지한 후 브랜드 개발을 시작하면 최소 6개월에서 1년의 시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거든요. 유행의 후발주자, 팔로워가 되는 거죠. 트렌드 변화의 속도가 나날이 빨라지는 요즘, 트렌드 반영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미리 가자니, 약간 위험한 도박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예요. 시대를 “너무” 앞서가서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죠.
우리는 전문가로서 클라이언트에게 어떤 방향을 제시하고 추천해야 할까요?
아래 사례들을 살펴보며 생각해 보아요.
스타트업 브랜딩의 대세는 토스인가요? 쏘카 리브랜딩
리브랜딩 배경과 내용 : 카셰어링 플랫폼 쏘카가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확장을 선언하며 리브랜딩. 쏘카는 최근 전기자전거 공유-일레클, 주차장 검색-모두의 주차장 등을 인수한 바 있음.
brandB’s Comments : 제목에서도 언급했듯이 바로 토스의 리브랜딩이 연상되었어요. 색상 및 그라데이션 표현의 유사성, 또 두 브랜드 모두 내부 팀에서 디자인했다는 점에서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쏘카는 작년 초만해도 위기설이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고 합니다. 아마 리브랜딩 진행 당시에는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 같은데요, 그 속에서도 브랜드 정체성 정립에 집중한 점은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비록 디자인 전략이나 디테일 면에서는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요.
개성을 버리고 다시 무난함으로 돌아온, Kindred
리브랜딩 배경과 내용 : Kindred는 에어비앤비의 새로운 대항마로 주목을 받은 독특한 쉐어하우스 플랫폼. 회원 대상으로 본인의 집을 1:1로 교환하여 숙박한다는 점이 차별점. 2023년 리브랜딩 시 독특한 심볼과 로고마크 디자인을 도입했으나 2년 만에 다소 평범한 디자인으로 변경. 진심과 신뢰를 반영했다고.
brandB’s Comments : 한 때 로고 디자인 트렌드를 휩쓸었던 Geometric Sans을 다시 봤을 때, 여러분은 진부하다고 느끼시나요? 아니면 클래식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로 Kindred의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이 많았기에, 이번 리브랜딩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어요.
참신하다고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일반화 되었기 때문일까? 트렌드와 브랜드 정체성 사이의 미묘한 줄타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 디자인의 평이함을 브랜드의 진심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앞으로의 Kindred 브랜드 운영을 함께 지켜보아요.
화학을 뒤집어 바라보다, Re:Chemistry
브랜드에 대해 : Re:Chemistry는 화석 연료가 아닌 식물 기반 원료로 만든 바이오 케미스트리 브랜드. 축구선수 출신의 창업자로 화제가 된 스타트업 GF Biochemicals에서 새롭게 브랜드를 런칭. 화학물질에 대한 개념을 뒤집겠다는 의도에서 Flip된 로고 및 그래픽 사용. 또한 대부분 녹색 또는 파란색을 사용하는 친환경 브랜드와 달리 핑크색을 사용한 것도 특징.
brandB’s Comments : 저도 모르게 고개가 기울어져 버리는 디자인입니다. 제작물에서도 헤드카피를 뒤집어서 작성했기에 더 그렇더라고요. (글자를 읽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행동일까요?) 또 생뚱맞은 핑크색은 ‘이 브랜드 도대체 뭐야?’ 라는 혼돈을 불러 일으켰어요.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착함’이 아닌 ‘남다름’으로서 기술력을 강조하려는 전략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 접했던 다양한 친환경 신기술 브랜드 중 단연 기억에 남습니다.
자유분방한 음악의 생동감을 표현하다, Muse Group
리브랜딩 배경과 내용 : Muse Group은 다양한 음악 제작 및 교육 소프트웨어를 보유한 기업. 분산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하나의 브랜드로서 통합하기 위한 리브랜딩. 음악의 창의성과 생동감을 표현한 독특한 전용서체 개발. 일관된 스타일로 정돈된 하위 제품들의 상징 심볼도 주목.
brandB’s Comments : 음표에서 영감을 받은 전용서체가 굉장히 독특합니다. 비영어권 외국인으로서 일단 가독성은 포기해야 해요.(참고. 가독성 높은 버전의 전용서체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굉장히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동안 봐왔던 음악 연관 브랜드들의 우아함과 세련미와는 확실히 달랐거든요. Muse Group의 앱을 통해 연주 연습을 하며 음악의 매력에 빠지는 생초보의 모습이 연상되면서, 처음의 난해한 느낌을 넘어 ‘볼매’로 변하더라고요.
독특한 디자인은 일단 허들을 넘으면 그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해요.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승화시키는 디자인, Funatics
브랜드에 대해 : 스페인의 과자 브랜드 Facundo가 젠지를 타겟으로 론칭한 스낵 브랜드. 스낵의 맛보다도 재미와 캐릭터를 강조. 과자봉지 뒷면의 QR코드로 게임과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고.
brandB’s Comments : 비록 직접 먹어보지 못해 과자 맛은 모르지만, 사진 상으로는 제품이 다소 평이해 보였어요. 솔직히 기존에 많이 봐왔던 스낵(옥수수콘, 팝콘 등)들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거든요. 패키지를 가득 채우는 독특한 로고와 캐릭터들은 이 스낵의 차별점이 제품이 아니라 ‘재미’와 ‘경험’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실제로 맛이 있을 수도!)
아날로그 기반 옛날 사람으로서 젠지들이 이 제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무척 궁금합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마케팅 전략의 브랜드가 나올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