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비는 아카이빙 할 때, 브랜딩 프로젝트를 크게 3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New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브랜드, Renewal은 기존 브랜드의 수정 변경 및 보완, Change는 기존 브랜드를 이름까지 완전히 바꾼 경우이죠. 그 중 Change는 변화의 정도가 매우 크며, 그만큼 반동도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주 뉴스레터에서는 과감히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가 다시 돌아가게 된 사례와 다양한 형태의 브랜드 리뉴얼 사례들을 함께 살펴 봅니다.
브랜드는 왜 변화해야 할까, 또 변화를 통해서 기대하는 바는 무엇일까?
변화를 해야할 부분은 무엇일까, 또 변화하지 않고 유지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함께 생각해 보아요.
단순 트렌드를 좇은 브랜딩의 허상일까? SK 머핀
브랜드에 대해 : SK에너지의 신규 브랜드 머핀은 2020년 디지털전환(DT)이 한창 붐이었던 시절, 주유소 중심 통합 차량관리 플랫폼 서비스로 론칭. 사실 기존에 존재하던 엔크린을 대체하는 역할 기대. 2022년 리뉴얼을 통해 자체 적립 포인트 시스템까지 확장. 그러나 2025년 7월 말로 서비스를 종료, 멤버십은 엔크린으로 포인트는 OK캐쉬백으로 변경 예정.
brandB’s Comments : 비운전자인 제게 머핀 브랜드는 너무나 생소했어요. 그나마 뒤늦게 존재를 알게된 것도 최근 진행했던 브랜딩 프로젝트에서 유관 사례를 조사한 덕이었죠. 그런데 조사하면서도 이 브랜드가 뭔지, 기존 엔크린과 어떤 차이 때문에 네임을 변경해야 했는지 명확하게 이해되지가 않더라고요.
디지털전환의 일환이라고 했으니, 분명 기업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많은 인력과 비용이 투입되었고 이를 표현하고 싶었겠죠.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변화가 크게 와닿지 않았을 것 같아요. 체감 상 “좀 더 빨라졌다” “좀 더 편리해졌다” 정도일까요? 또 광고 마케팅 효과가 과거 대비 현저히 떨어진 요즘, 이 신규 브랜드의 이름과 특장점을 알리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현장에서는 이를 “기존 엔크린 멤버십이예요” “OK캐쉬백 포인트처럼 쓰면 돼요”라고 설명했을 것이고, 소비자들은 굳이 새로운 네임을 기억해야 할 이유를 납득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결국, 5년만에 종료하게 된 머핀 브랜드를 보며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패션 브랜드의 위기 속 브랜딩의 역할은? 톰보이
리브랜딩 배경과 내용 : 한섬의 여성 패션 브랜드 스튜디오 톰보이가 9년만에 다시 톰보이로 변경. 전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K뷰티와는 달리 어려움을 겪고 있는 K패션 브랜드들이 리브랜딩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고. 로고타입도 기존 산세리프에서 세리프로 변경.
brandB’s Comments : 전통의 패션 브랜드들의 위기는 Zara, H&M 등의 패스트 패션이 등장하면서부터 계속 언급되어 왔어요. 그러다 직격탄을 맞은 것이 COVID19였을 것이고, 마뗑김, 마르디메크르디 등 신생 브랜드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애매한 포지셔닝이 된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여전히 마뗑김이나 마르디메크르디가 왜 핫한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그저 기초 정보로서 주입하는 수준이예요. 하지만 비록 ‘패알못’이지만, 어려울 수록 역사를 가진 전통 브랜드들이 브랜드 정체성을 단단히 유지하고 있어야 하지 않나, 하고 조심스레 의견을 내어 봅니다. 버버리가 트렌드를 좇아 산세리프 서체로 변했다가 다시 세리프 서체로 돌아온 바 있는데요, 톰보이의 변화가 버버리와 같은 실수가 될지, 아니면 트렌드 변화 적응 성공 사례가 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단순 변화를 위한 값비싼 변화는 지양합니다, Xcel Energy
리브랜딩 배경과 내용 : 미국의 천연가스 에너지 기업 Xcel Energy의 새로운 슬로건과 디자인 시스템. 특이한 점은 “기업의 변화를 알리기 위해 값비싼 디자인 변경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야 한다”라는 전제 조건. 기존 로고와 색상을 유지하여 교체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고, 일회성인 광고 마케팅에서만 변화와 메세지가 보여지는 전략.
brandB’s Comments : 리브랜딩 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소비자 목소리 중 하나가 바로 “디자인 변경에 쓸 돈으로 가격을 낮춰라!” 라는 것입니다. 브랜드비가 종종 언급하고 있는 이디야 커피의 리브랜딩이 지연되는 이유도 교체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가맹주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라고 해요. 또 정부 및 공공의 성격이 강한 브랜드가 특히 디자인에 돈을 쓰는 것에 대한 반발이 거센 경향이 있어요. 이는 기본적으로 “디자인은 그저 보기만 좋게 꾸미는 것”이라는 사회적 고정관념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가 이를 당당히 반박할 수 있냐 하면, 솔직히 “예쁘게만” 한 사례들이 적지 않기에 할 말을 고르게 되죠.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리브랜딩으로 인한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움의 완성도와 디테일에 집착하는 것도 좋지만, 작은 변화 하나에 드는 비용과 효과를 꼭 염두에 두고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성과 다양성을 담은 디자인 시스템, La Vuelta
리브랜딩 배경과 내용 : La Vuelta는 스페인에서 열리는 90년 역사의 국제 자전거 경주 대회. 뚜르 드 프랑스와 함께 세계 3대 대회라고(나머지 하나는 이탈리아의 Giro d'Italia라고). 디지털 환경 적응 및 스포츠 마케팅 확장을 위해 새롭게 디자인 시스템을 정립.
brandB’s Comments : 디지털 환경 적응은 모든 유서깊은 브랜드들의 숙제입니다. 이를 위해 로고 디자인을 변경하는 경우도 적지 않죠. 하지만 La Vuelta는 로고 변화 대신 디자인 시스템 정립을 택했습니다. (사실 기존 로고가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기에 굳이 변경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위의 Excel Energy와 유사하면서도 또 다른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스포츠 이벤트 브랜딩에서 꼭 벤치마킹할만 추천 사례입니다.
다이나믹 아이덴티티의 진화, 예테보리 오페라 하우스
리브랜딩 배경과 내용 :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오페라 하우스, Gotegorgs Operan의 디자인 리뉴얼. 2017년 리뉴얼 당시 워터프론트에 위치한 장소의 특징을 반영해 물결에 일렁이는 O심볼로 표현한 다이나믹 아이덴티티가 화제였음. 이번 리뉴얼은 모바일 환경을 고려해 좀 더 단순화하고 로고타입을 크고 두껍게 표현한 것이 특징.
brandB’s Comments : 이미 아시는 분도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꽤 흘렀기에, 먼저 2017년 리브랜딩 케이스 스터디를 살펴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당시로서는 무척 센세이셔널했던 디자인입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코닉한 디자인일지라도 환경의 변화를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죠. 저의 최애 디자인 중 하나인 Royal Museums Greenwich가 활용성 때문에 전혀 다른 아이덴티티로 변경된 반면, Goteborgs Operan은 핵심 아이덴티티인 일렁이는 물결은 유지하면서 환경에 맞춰 진화했어요.